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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얽힌 두 입자, 양자얽힘이 바꾸는 미래
한 입자의 상태가 결정되는 순간
얽혀 있는 입자도 동시에 정해져
아인슈타인 "빛보다 빠른건 없다
유령같은 원격작용"이라며 비판
양자역학은 그의 오판 증명한셈
둘 이상 상태 얽힌 `초얽힘` 등장
정보·안정성 늘어 양자통신 진화
도청땐 정보파괴…보안성도 갖춰
얽힘상태 유지·입자 전송거리 등
과제 많지만 미래바꿀 기술 분명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그 어떤 정보도 빛보다 빠르게 전달될 수 없다. 그러나 양자 얽힘 현상은 한 입자가 마치 다른 입자가 결정됐다는 정보를 빛보다 빠른 속도로 알아챈 뒤 상태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동떨어진 현상이다. 이후 실험을 통해 양자 얽힘 현상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이 증명됐다. 현대에 이르러 양자역학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부정할 수 없는 하나의 상식이 됐다. 현대의 과학자들은 양자 얽힘 현상을 양자 통신, 양자 컴퓨터 등 실생활에 사용되는 기술로 연결시키기 위해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어 그는 "초얽힘은 예를 들면 광자의 편광끼리, 주파수끼리 모두 얽혀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초얽힘을 위한 디자인을 해야 만들 수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여러 정보를 얽는다면 양자 얽힘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양자 통신이 보다 효율적으로 바뀔 수 있다. 가령 하나의 얽힘을 이용하면 광자에 하나의 정보만을 실어 보낼 수 있지만, 두 가지 성질을 얽는다면 보낼 수 있는 정보량은 두 배가 된다. 각 정보의 독립성 등 이유로 두 배보다는 적은 양이 압축되지만 많은 정보를 전송할 때 효율성이 늘어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초얽힘은 양자 통신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용되는 광섬유를 이용한 통신의 경우 정보를 많이 보내도 중간에 보낸 정보가 사라질 수 있다고 걱정하지 않는 것은 중간에 정보를 다시 늘리는 증폭기가 있기 때문이다. 양자 통신에서는 증폭기 사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초얽힘을 이용해 전송하는 정보량을 늘리면 정보 전달 과정에서 소실되지 않고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양자 통신이 주목받는 것은 도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특성 때문이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광통신은 디지털 신호를 빛의 유무에 따라 '1' 또는 '0'으로 정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이지만 통신에 사용되는 광자를 빼내 해독하는 게 가능하다. 반면 양자 통신에서는 외부에서 도청 시도가 있을 때 정보가 깨진다. 다만 전송 속도, 거리 등은 단점이다. 102.2㎞가 양자직접통신이 성공한 최장 거리다. 지난 21일 중국에서 발표한 이 통신에서 전송 속도는 0.5bps로 나타났다. 광통신의 경우 이미 10여 년 전에 100Gbps 수준의 전송 속도를 보이는 기술이 개발됐다.
현재로서는 이론적 가능성 수준에 불과하지만 양자 컴퓨터에 초얽힘 현상이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정보 처리 기본 단위인 큐비트에 초얽힘을 활용해 보다 많은 정보량을 담는 형태다. 김 교수는 "양자 컴퓨터에 초얽힘이 활용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도 적절한 형태로 변경돼야 할 것"이라며 "정확히 어떤 형태로 구현될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얽힘 상태를 이용해 또 다른 상상도 해볼 수 있다. 양자 얽힘 현상이 나타나는 데 입자 간 거리가 상관없다면, 스타 트렉처럼 'Beam me up'을 외쳤을 때 사람이 순간 이동하는 날도 올 수 있을까. 양자 정보를 전송하는 방법이 양자 순간 이동(Quantum Teleportation)으로 불린다면 원자로 이뤄진 사람 또한 광속의 제한을 넘어 이동할 수 있지 않을까. 이승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이 질문에 대해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라며 "사람뿐 아니라 양자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것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광속보다 느린 고전적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얽혀 있는 두 입자를 A지점과 B지점에서 나눠 가졌을 때, A지점에서 입자를 관측하면 B지점의 입자 역시 결정된다. 그러나 이 상태에서 B지점에 있는 사람은 결정된 입자를 관측할 수 없다. A지점에서 측정한 정보 결과를 고전적 통신 방법을 통해 B지점으로 전해야만 B지점에서 결정된 입자 형태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빛보다 빠른' 통신은 불가능하다. 이 책임연구원은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양자 상태의 정보를 전송할 때, A지점에서 측정한 결과를 비밀번호를 전달하듯이 알려주지 않으면 B지점에서는 전송된 정보를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물론 B지점의 입자도 결정은 돼 있다. 그러나 A지점의 측정 결과를 모르면 B지점에서는 무작위 값만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자 통신이 기존 통신 체계에 비해 강점을 갖는 부분은 보안성이다. 고전적 통신과 마찬가지로 광속의 한계를 넘을 수 없는데도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이유다. 중첩 상태에 있는 입자는 외부와 상호 작용했을 때 하나의 상태로 결정된다. 만약 중첩돼 있는 상태를 전송했다면 외부에서 통신을 해킹하려는 시도만으로도 상태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자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전송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처럼 양자 통신뿐만 아니라 양자 컴퓨터 등 여러 미래 양자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중첩이나 얽힘 등 양자 상태를 오랫동안 보호하고 유지하는 기술,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오류를 완화하거나 보정하는 기술은 규모 있는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또 광자 등 양자 상태를 이용한 얽힘을 얼마나 멀리까지 보낼 수 있는지가 양자 네트워크와 양자인터넷 개발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양자 컴퓨팅으로 해결 가능한 실용적인 문제와 알고리즘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한 연구 과제로 꼽힌다.
미래에나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보이지만, 우리는 이미 양자역학이 기반이 돼 만들어진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가령 전자제품의 필수품인 반도체 역시 양자역학적 기반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반도체는 전기를 통과시키는 수준이 구리 등 도체와 고무 등 절연체의 중간 정도인 물질이다. 전자가 원자핵 주위에 구름처럼 확률 상태로 존재하는 '양자적 현상'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에 반도체 구현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김용섭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뤄져 있다'는 말은 단순하지만 심오한 말"이라며 "트랜지스터든 종이 덩어리든 구리 덩어리든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않으면 성질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자가 양자역학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원자 수준에서 발생하는 일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원자들이 달라붙어 덩어리 고체를 만들게 하는 힘이 전자에서 온다"며 "전자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양자역학을 쓰고 있으니, 원자들끼리 상호 작용해 생기는 성질 역시 양자역학을 모르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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